전투 결과는 지휘관의 태도에 좌우되는 일이 많다. 특히 병사들과 살을 맞대고 있는 소대장이 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용감한 소대장을 많이 거느렸던 행운의 대대장이었다.그중에서도 제2중대 3소대.. |
<715>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90-전쟁영웅 이근식 | |
전투 결과는 지휘관의 태도에 좌우되는 일이 많다. 특히 병사들과 살을 맞대고 있는 소대장이 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용감한 소대장을 많이 거느렸던 행운의 대대장이었다.그중에서도 2중대 3소대장 이근식 소위의 초인적 용맹성을 나는 평생 잊지 않고 있다.
그렇게 용감한 군인은 보기 어렵다.제4 목표를 공격할 때의 일이다. 오전 9시쯤부터 소대원을 인솔해 제4 목표 능선의 무명고지를 공격하기 시작했으나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았다. 4목표는 9목표·12목표와 함께 적이 완강한 저항선을 구축한 요새였다. 단독으로 적 기관총 진지 괴멸 이소위는 포복으로 고지 가까이 접근해 돌격명령을 내렸다. 그때까지 아무 기척이 없던 적의 기관총 진지가 갑자기 불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돌격선상의 소대원 7, 8명이 쓰러졌다. 돌격을 중지시킬 수밖에 없었다.공격개시선으로 되돌아온 이소위는 이를 갈면서 단독공격 준비를 시작했다. 수류탄 안전핀을 뽑아들고 철모를 고쳐 썼다.“안 돼! 이소위. 가면 죽는 거야.” 2소대장 김용겸 소위가 극구 말렸다. 소대원들도 “소대장님 안 됩니다”를 연발했다. 그러나 그는 벌써 포복을 시작해 혼자서 능선으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20 분쯤 경과했을 때 그는 적 기관총 진지 가까이 접근했다. 모두가 손에 땀을 쥐고 숨을 죽이며 가슴을 졸였다. 잠시 상반신을 일으키는 것 같더니 그는 어느새 몸을 굴려 비탈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꽝, 꽝” 하는 두 발의 폭음이 울렸을 때 그는 벌써 공격라인 가까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대원들은 일제히 함성을 터뜨렸다.“우리 소대장님 최고야.” “우리 소대장님 만세!”공격라인에 되돌아온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대원들에게 수류탄 4개씩을 지급하라”고 선임하사관에게 명령했다.“원수를 갚는 거야. 다 같이 한바탕하는 거야!” 적진 들어가 인민군 군관 사살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재공격에 나섰다. 2소대장 김소위에게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2소대가 연막탄을 발사해 적의 시야를 차단한 사이 비호같이 적진에 뛰어들었다. 그는 고지 위에서 소나무에 의지해 권총으로 독전하고 있던 인민군 군관을 노렸다. 그러나 카빈 소총이 격발되지 않아 뜻을 못 이루자 뒤따르던 BAR 사수의 총을 빼앗아 기필코 그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신호로 그는 돌격명령을 내렸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소대원들이 몸을 일으켜 고지 위로 달려갈 때였다. 이소위 가까이에 박격포 포탄이 떨어졌다. 파편에 여기 저기 상처를 입고 쓰러진 그는 거짓말처럼 일어서더니 시야에 들어온 적병에게 달려가 생포하고 다시 쓰러졌다. 들것에 실려 가면서도 그는 “원수를 갚는 거야” 하고 소리쳤다. 3대대 9중대장 강복구 중위, 1소대장 석태진 소위, 11중대 1소대장 신동휘 소위 등도 그런 맹장들이다. 주 저항선인 12목표와 이어진 13목표를 공격할 때였다. 적의 저항이 너무 완강해 공격이 지리멸렬하던 차에 석 소위, 소대 선임하사관이 “적이 달아난다. 빨리 올라가자” 하고 소리쳤다. 고지 위의 적병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틈을 타 석 소위와 신 소위는 일제히 돌격명령을 내렸다. 소대원들의 사기를 고무시킨 소대장의 심리전이 난공불락의 고지를 빼앗는 힘의 원동력이 됐다. 뒤에서는 강복구 중대장이 “잘 싸운다! 1소대” “용감하다! 1소대”를 연발하고 있었다. <공정식 前해병대사령관 정리=문창재언론인> 2008.03.11 |
출처: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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