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韓美 해병대 상륙훈련- 오스프리 헬기의 독무대?
글·사진 |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지난 3월 31일 한·미 해병대 2014 상륙훈련(쌍용훈련)에 참가한 미 해병대의 수직이착륙기인 오스프리가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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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오전 9시50분, 경북 포항의 독석리 해안. 미 해병대 소속 해리어기 2대의 해안 폭격으로 수십 미터에 달하는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해리어기의 폭격을 신호탄 삼아 한국형 공기부양정(LSF) ‘솔개’가 요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해안에 상륙해 해병대 상륙장갑차(KAAV)와 병력들을 토해냈다. 곧이어 수십 대의 상륙장갑차를 앞세운 미 제3해병 기동여단 대원들과 한국 해병대원들은 신속하게 해안에 상륙해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훈련은 클라이막스를 맞았다.
쌍용훈련에 참가한 미 제3해병기동여단 대원들과 한국 해병대원들이 KAAV(한국형돌격장갑차)를 타고 해안에 상륙해 교두보를 확보하고 있다. |
이날 포항 독석리, 화진리, 도구 일대 해안에서 동시에 펼쳐진 한·미 해병대 연합 상륙훈련(쌍룡 14 연합훈련)은 1993년 팀스피리트 훈련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이 훈련에는 한·미 양국군과 호주군 등 총 1만3600명이 참가했고, 한·미 해군함정 11척과 55대가 넘는 미군 항공기가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군은 지난해 쌍용훈련에 첫 참가한 오키나와 주둔 미 제3해병원정단 7500여명과 해군 2000여명 등 대규모의 병력을 참가시켜 이번 훈련을 사상 최대 규모로 만들어버렸다. 특히 미 제3해병원정단 소속 수직이착륙기인 ‘MV-22 오스프리(Osprey·물수리)’는 작년 보다 6배나 많은 22대가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미 해병대 연합 상륙훈련은 한·미 해병 및 해군 부대가 해상과 상공을 통한 입체상륙작전을 통해 적을 조기에 제압하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다. 이날 역대 최대규모의 상륙 훈련이 펼쳐지자, 북한은 서해안 북한 해역으로 포 사격을 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약 10여발의 포탄이 NLL 남측 수역으로 넘어와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하는 등 한 때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영규 주한미군사령관 고문은 이번 쌍용훈련이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진 이유가 “내년으로 다가온 한미연합사 해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미 연합상륙작전 능력을 점검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훈련은 전작권 전환이나 대북 동향에 대비해 마련한 훈련은 전혀 아니다”며 “한·미 해병대가 올해의 가용병력과 무기체계를 활용해서 최대한 규모를 늘려보자고 합의했던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미 해병대 수직이착륙기인 오스프리가 김관진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한미 군지휘부가 위치한 전망대 앞에서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
이날 훈련에서 취재진들의 눈길을 끈 항공기는 ‘MV-22 오스프리(Osprey·물수리)’였다. 오스프리는 이날 상륙훈련에 참가한 것은 물론, 4월2일부터 사흘간 공중강습(air assault) 작전에 투입되는 등 이번 연합 훈련에서 단연 ‘신데렐라’ 격이었다. 오스프리는 지휘 전망대에서 훈련을 참관하던 김관진 국방부장관, 이영주 해병대사령관(해군 중장) 등 군 지휘부 앞에서 15분 간 정지비행, 선회비행 등으로 최신예 신형 장거리 수송기로서의 빼어난 성능을 과시해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강습항모 USS 와스프(LHD 1)함에 계류중인 오스프리 헬기들. |
특히 주한미군 측은 상륙 훈련 당일인 지난 3월 31일, 내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오스프리 탑승을 허용했고,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좌석 티켓’을 잡기 위해 신경전까지 벌였다. 이날 오스프리 헬기는 낮 12시경 국내 취재진과 BBC·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기자 20여 명을 태우고 50km 떨어진 USS 강습상륙함 ‘본홈 리처드(Bonhomme Richard·LHD-6)’에 착함(着艦)했다.
1998년 취역해 일본 사세보항을 모항으로 하고 있는 본홈 리차드호는 배수량 4만톤급으로 해리어 전투기 8대, 오스프리 등 헬기 30대를 탑재할 수 있다. 강습상륙함은 비행갑판에 헬리콥터나 해리어가 이착륙할 수 있고, 함미에는 상륙정(LCAC, LCU)이 출입하는 도크가 설치돼 있다. 미 해병대는 이번 오스프리 2개 대대의 훈련 투입을 위해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외에 또다른 강습상륙함 ‘박서(Boxer·LHD-4)’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본홈 리처드함에서는 미 제 3해병대 원정군 존 휘슬러 사령관(중장)과 케네디 제3기동여단장(준장), 조광래 한국 해병대 전력기획실장(소장) 등이 내외신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했고, 취재진은 비행갑판에서 오스프리 헬기들이 해병대 병력들을 싣고 이착함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미국 벨과 보잉이 공동개발 한 MV-22 오스프리는 20여대를 한꺼번에 동원할 경우, 600여 명으로 ‘공중강습작전’을 펼칠 수 있어 육상 교두보 확보에 효과적이다. 이착륙이 편하고 속도와 수송량이 기존 수송헬기인 MH-53J의 2배 수준이다. 최대 속도는 500 km/h, 중간 급유 없이 3900km를 날 수 있다. 항속 거리도 기존 헬기에 비해 2.5배 이상 길다. 탑승 인원은 완전무장 병력 30명이며, 군수물자 6.8톤을 탑재할 수 있다.
1989년 3월 19일 첫 비행을 한 뒤 2007년 6월 13일 처음 도입돼 현재까지 미군만 보유하고 있으며, 해병대와 특수전 부대용으로 160여대가 생산됐다. 오스프리는 날개 끝에 달린 2개의 엔진 방향을 전환해 비행하는 ‘틸트로터’기로 활주로가 필요 없다. 해병대 한 관계자는 “오스프리를 탑승한 느낌은 CH-47 수송기를 탔을 때와 비슷하게 안정적이었다”며 “무엇보다 오스프리의 강점은 30명의 완전무장한 해병대원을 전투지역으로 신속하게 실어나를 수 있는 능력인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미 제3해병원정군 소속 오스프리는 일본 서부 이와쿠니 기지와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에 배치돼 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추락사고로 ‘과부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비행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한동안 비행금지 명령을 받기도 했으나 현재 안전성을 크게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에 오키나와의 미군 전력이 대거 참가한 데 대해 미군의 동북아시아 작전 개념과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편집장은 “이번 한미 연합 상륙훈련에서 이토록 대규모로 신형 이착륙기를 동원해서 훈련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북한의 잇단 로켓 및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고 군사적인 도발에 대한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미 양국 간 오스프리 도입을 놓고 상호 교감이 있기 때문에 이번 훈련에 오스프리가 대규모로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에서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량의 병력을 수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러한 사정을 아는 미국 측 관계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우리에게 오스프리 구입을 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군 전문가들은 우리의 기동헬기 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오스프리 헬기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무장을 제외하고 6명을 탑승할 수밖에 없는 수리온 헬기로는 백령도를 비롯해 영토분쟁이 발생하는 지역에 신속하게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차제에 적진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오스프리와 같은 대형 수송헬기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해병대 지휘부도 큰 고민에 빠져있다. 서해5도 방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서북도서사령부의 핵심인 해병대는 유사시 김포의 해병 2사단의 병력을 신속하게 증원을 받아야 한다. 그런 능력을 갖춘 현존 기동수단으로 오스프리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해병대의 한 관계자는 “2016년부터 도입되는 상륙기동 수리온 헬기를 30여대 받기로 돼 있으나, 속도(최대속도 시속 272㎞)와 수송능력(최대 16명)에 제한이 있다”며 “해병대가 대당 200억원 수준인 수리온 헬기 도입을 마다하고, 대당 1,150억원이나 하는 오스프리를 사달라고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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